얼굴 사진 및 이름 공개… 자녀 학교명도 거론
"지나친 신상털기, 역학조사에 부정적"
국내 첫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 부부의 신상정보가 온라인 상에 나돌고 있다. 교회 측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비난을 넘는 과도한 신상털기에 자제를 호소했다.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내 첫)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확진자 부부를) 찾았다'는 제목으로 목사 부부의 사진과 함께 지난 3일 게재된 글이 게시돼 있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저를 신고할 수는 없습니다. 뉴스 자료를 퍼온 거라서 제가 불법적으로 입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라는 글과 함께 한 목사 부부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이 목사 부부의 실명과 소속도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글은 7일 현재 400여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려 있다.
신상공개와 관련한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방역당국에 허위 진술을 하는 등)피해가 큰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신상까지 유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게시글 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상에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부부와 자녀에 대한 글도 잇따르고 있다. 관련 글에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도 나돌아 오미크론을 향한 지역 내 공포심은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회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외국어 예배를 담당하는 목회자 부부가 방역당국의 초기 동선 파악에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게 하고, 그로인해 오미크론 확산의 단초가 된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는 교회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방역당국의 지시에 따라 예배 참석 모든 성도들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진행하도록 했고, 교회 모든 시설 폐쇄 및 활동을 중단했다"면서 "지역 사회 확산이 되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다하겠다"고 했다.
교회 측은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사과드리며 지역 사회의 회복을 위해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교회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교회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다.
목사 부부는 지난달 24일 나이지리아에 방문 뒤 25일 확진됐다. 부부는 당초 방역당국에 "방역차를 탔다"면서 귀국 당시 차량 이동을 도운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지인 접촉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인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고, 그와 그의 가족이 확진 전 교회 등을 방문하면서 지역 내 감염을 초래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목사 부부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들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가 공유되는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신상 공개의 정당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논란은 이달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미크론 찾았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비롯했다. 이 게시물에는 목사 부부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사진, 또 이들이 다니고 있는 인천 모 교회의 담임 목사 신상 정보 등이 포함됐다.
게시된 내용은 커뮤니티와 지역 카페·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고, 곳곳에 "목사 부부 신상 털렸다", "오미크론 최초 감염자"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목사 부부의 신상 공개가 정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 목사 부부가 동선에 대해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목사 부부가) 공항에서부터 이동하기까지 지인과의 접촉력이 누락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라며 "네 번째 사례(목사 부부를 데려다 준 지인)가 확진된 이후 재조사했을 때 접촉력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초기 조사에서 발생한 허점은 컸다. 방역 당국은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확진자들의 밀접 접촉자와 선제적 관리 대상을 다 포함하면 오미크론 관련 접촉자가 1360명(지난 6일 기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들 부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부의 역학조사 때문에 지역 사회가 마비됐다", "종교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부터 오류다", "피해를 줬으니 신상 공개를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를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등장하는 광신도 단체 '화살촉'에 빗대어 "화살촉이 여기 있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목사 부부를 향한 신상털기가 과도하다는 취지다.
한편 특정인의 신상 정보를 퍼뜨리거나 이를 통해 개인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1일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가 국내 첫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거주 40대 목사 부부에 대한 온라인 신상털기가 도를 넘었다. 이름과 얼굴, 심지어 자녀가 다니는 학교까지 공개되면서 사생활 침해는 물론 방역에도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의 지역 맘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목사 부부의 신상을 다룬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어떤 게시물에는 이 부부의 이름과 사진이 첨부되기도 했다. 지난 3일 올라온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22만 회에 육박하며, 2,500여 개의 추천과 40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부부의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도 거론됐다.
지역 주민들은 해당 게시물들에 댓글을 달아 이들 부부에 대한 비난과 함께 신상털기를 옹호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가족 모두를 나이지리아로 추방해버리면 좋겠다"고 비난했고 "신상이 털려도 할 말 없다"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이 부부가 역학조사 때 거짓 진술을 한 바람에 지역에 오미크론 n차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교회랑 목사 부부에게 오미크론 환자 전체가 구상권을 청구하자"며 목사 부부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상털기는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인 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 1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나들고 있는데, 이 중 '나도 신상털기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역학조사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목사 부부가 '방역택시를 탔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 역시 이 같은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역학조사의 핵심은 자발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신상털기는 확진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