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우려보다는 약했다는 평가..강수량은 매미보다 많아
6일 한반도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중심기압이 역대 3번째로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의 대명사인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와 비슷한 위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남노의 위력이 애초 우려보다는 약했다는 평가도 일부 지역에서 나왔다. 풍속이 비교적 빠르지 않았고, 내륙에 머문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6일 태풍 힌남노 관련 브리핑에서 힌남노의 국내 상륙 시 중심기압이 현재까지 관측된 태풍 가운데 역대 3번째로 낮았다고 밝혔다. 풍속은 역대 8위로 집계됐다.
힌남노가 이날 오전 4시50분 경남 거제시에 상륙할 때의 중심기압은 955hPa(헥토파스칼·압력의 단위)이었고 오전 5시53분 부산 오륙도에서 측정한 중심기압은 955.9hPa이었다. 오전 7시10분쯤 울산에서 동해로 나갈 때는 960hPa로 측정됐다. 태풍이 중위도까지 올라와 상륙한 뒤에도 이 정도의 강한 세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힌남노가 상륙한 뒤 중심기압 최저치인 955.9hPa은 1959년 사라(951.5hPa), 2003년 매미(954.0hPa)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커진다. 기압이 낮으면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상륙시점의 중심기압을 기준으로 힌남노는 매미와 유사한 위력으로 기록됐다”며 “바람은 매미가 (힌남노보다)압도적이었지만, 강수량은 힌남노가 매미보다 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속은 매미나 사라, 2016년 차바, 2020년 마이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힌남노의 10분 평균풍속 최고치는 6일 오전 2시43분쯤 경남 통영 매물도에서 기록된 초속 37.4m로, 역대 8위를 기록했다. 7위는 2019년 ‘링링’(초속 42.1m), 9위는 1961년 ‘헬렌’(초속 36.7m)이다.
힌남노는 대신 6일 오전 11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과 삼각봉에 각각 1188㎜와 1098.5㎜에 달하는 많은 비를 뿌렸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내륙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경주시(토함산)와 포항시의 강수량은 각각 483.5㎜와 466.1㎜로 기록됐다. 중부지방에서도 강원 양구 264㎜, 화천군(사내면) 263㎜, 서울(강남구) 251.5㎜ 등에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내륙에 머문 시간은 2시간20분쯤으로 다른 태풍에 비해 비교적 짧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내륙에서 3~4시간가량 머물 것으로 예보했었다. 기상청은 6일 자정쯤 힌남노가 일본 삿포로 북서쪽 약 410㎞ 부근에서 태풍으로서 성질을 잃고, 온대저기압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 상륙했던 역대 태풍 중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전망해온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후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한반도가 영향권에서 벗어난 가운데 기상청 예보관들 사이에서는 "이런 태풍은 처음 본다"는 이례적인 반응이 여러번 나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인 곳에서 발생한다. 적도는 전향력이 '0'이기 때문에 태풍이 발생하지 못하고 남·북위 5도 이상에서만 태풍이 발달한다.
즉 '북위 5도 이상인 북서태평양 저위도의 따뜻한 바다'가 곧 태풍의 발생지이며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태풍이 역사적으로 볼 때 강력하다. 하지만 '힌남노'는 이러한 법칙을 깼다.
현재 일본 남쪽 해상까지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9~30도로 높다. 우리나라 남해상 해수면 온도도 26~28도로 평년 온도를 1도 정도 웃돈다. 높은 해수면 온도는 힌남노가 '초강력 태풍'으로 세력을 키우고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세력을 유지하며 우리나라까지 북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세계적으로 연평균 5.3개씩 카테고리 5급 태풍이 발생하는데 8월 말이 돼서야 처음 카테고리 5급 태풍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힌남노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 일본 오키나와 동쪽 560㎞ 해상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각각 915hPa(헥토파스칼과) 55㎧를 기록하며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해 1일 오후 3시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550㎞ 해상에 이를 때까지 초강력 태풍을 유지했다.
힌남노가 남서진하는 가운데 세력을 유지한 것도 이전 다른 태풍과는 다른 모습이다.
심지어 힌남노는 서진 중에 뒤늦게 발생한 제12호 태풍 무이파를 흡수해 몸집을 키우기까지 했다. 또한 북진하면서 정체당시 일시적으로 약화했던 세력을 다시 키우기도 했다.
높은 해수면 온도와 함께 힌남노 진로 서쪽과 동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힌남노의 저기압성 회전을 강화해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력을 키운 힌남노는 온전한 세기를 유지한 채 이날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각각 955hPa와 40㎧였다. 중심기압만 보면 1959년 사라나 2003년 매미 만큼 강한 세력으로 상륙했다. 사라와 매미가 상륙했을 때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중심기압 최저치가 각각 951.5hPa와 954hPa다. 이후 힌남노는 오전 7시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이르게 동해상에 진출한 것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이름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라오스, 캄보디아 등 14개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을 토대로 정해진다. 힌남노는 라오스가 제출한 이름으로, 캄무안에 있는 국립공원 '힌남노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 따왔다. 현지어로 '돌가시나무 새싹'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