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주대비 2배로 '더블링…"이르면 내달 20만명" 전망도
기존 면역 뚫는 BA.5 변이 빠르게 확산…휴가철 이동량 증가
고강도 거리두기 복귀는 안할 듯…4차접종 확대 등 대책 논의
입국 전 검사 의무화 폐지 물 건너갈 듯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여름 재유행의 초입에 들어섰다.
이달 들어 1주일 사이에 신규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수준의 확산이 계속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재유행이 빨라진 것이다.
10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코로나19의 확산국면 전환을 언급하고 경각심을 당부하며 그간 우려됐던 재유행을 공식화했다.
재유행의 원인으로는 ▲ BA.5 변이 바이러스 확산 ▲ 여름철 이동량 증가와 실내감염 ▲ 면역효과 감소 등이 지목된다.
정부는 유행 감소세에서 풀었던 방역 조치의 강화 여부를 고민해 오는 13일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대유행기와 유행 전망이 다른 만큼 앞서 실시됐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회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예상 뛰어넘는 빠른 확산세…내달 중순 하루 20만명 확진 전망도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의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며 코로나19가 재유행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공식화했다.
재유행은 정부가 당초 재유행 시기로 예상했던 가을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정부는 감소세가 정체 국면이던 지난달 말 이후 '유행세가 다소간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가 지난 6일에야 "감소세였던 확진자 발생 규모가 증가세로 전환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표현을 바꿨다.
지난달 27일 3천423명을 기록하며 저점을 찍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후 점차 증가하더니 지난 5~8일 나흘간 1만명대 후반을 기록했고, 9일에는 45일만에 2만명대로 올라섰다.
1주일 전 대비 신규 확진자 수 배율은 지난 5일 1.83배, 6일 1.85배. 7일 1.93배로 커지더니 8일 2.0배가 됐다. 9일 역시 1.89배로 높은 수준이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 역시 6월 19~25일 7천54명에서 6월 26일~7월 2일 8천550명으로 늘어난 뒤 7월 3~9일에는 1만5천989명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예상을 훌쩍 넘는 빠른 확산세에 전문가들로부터는 내달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명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동적이고 불확실하다"고 전재하면서도 "빠르면 8월 중순이나 8월 말, 또는 늦으면 9월달이나 10월쯤에 현재 대부분의 모델링이 10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의 확진자 규모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4와 BA.5의 급격한 확산이 꼽힌다.
현 지배종인 BA.2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할 뿐 아니라, 높은 면역 회피성까지 지녀 이미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면역을 획득한 사람들도 재감염될 위험을 키우는 것이다.
◇ 면역효과 안먹히는 BA.5 변이, 재유행 '주범' 지목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재유행의 원인으로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5의 급격한 확산을 꼽고 있다.
BA.5 변이는 한동안 코로나19 우세종이던 BA.2(스텔스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세고 감염이나 백신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졌다.
6월 4주(6월 19~25일) 10.4%이던 BA.5의 검출률은 1주일 사이 2.7배로 증가해 6월 5주(6월26일~7월2일) 28.2%(국내 24.1%, 해외 49.2%)까지 올라왔다.
방역당국은 조만간 BA.5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A.5가 위협적인 것은 전파력이 빠른데다 면역회피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BA.2는 원조 오미크론인 BA.1보다 감염력이 30% 이상 강한데, BA.5의 전파력은 BA.2보다도 35.1% 빠르다는 연구 결과(영국 보건청)가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와 보스턴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메디컬센터' 연구진의 연구 결과, BA.4와 BA.5는 원형 균주 코로나19보다 약 20배, 오미크론 변이 BA.1, BA.2보다 약 3배 낮은 중화항체 생성 수준을 보였다.
중화항체 생성 수준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인해 면역력을 형성한 사람이라도 BA.4나 BA.5에 의해 쉽게 감염 또는 재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BA.5 변이의 증상이 다른 경우보다 더 심하지는 않아 보인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하거나 유행했던 나라들을 보면 치명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했으며,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위중증이 심하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BA.5만의 독특한 증상을 별도로 범주화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위중증률이나 사망률은 특별히 큰 차이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여름철 이동량·에어컨 사용 증가, 감염·백신접종 면역 감소도 영향
여름철 이동량과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것도 빠른 반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4월 중순~5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실내 취식 허용,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동량이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기로 회복했고, 나들이객은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더 늘어나고 있다.
실외 마스크 해제 이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지만, 대규모 축제장이나 야외 콘서트장, 대형 스포츠 경기장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와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것도 유행세를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 장시간 부유해 10m 이상까지 확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행 첫해인 지난 2020년 여름에는 경기 파주의 커피숍에서 에어컨 사용으로 환기가 적절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층 이용자 20% 이상이 확진되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적도 있다.
예방접종과 올봄 오미크론 유행으로 형성된 면역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도 유행을 확산시키고 있다.
확진으로 생긴 자연면역은 3~6개월간 지속되는데 오미크론 유행기에 확진됐던 사람들의 면역력 하락은 앞으로 더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 야외마스크 다시 의무화될까…일정수준 방역 강화 '불가피'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13일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의료 체계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손 반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예측모형의 추세와 중증·사망 피해 정도를 판단하면서 방역조치 변경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방역조치들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변경한다면 어떤 식으로 변경할 수 있을지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재유행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방역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 8일 확산국면 전환을 언급하며 "우리 모두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유행기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가 영업시간·인원 제한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다시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신규 확진자 수가 늘고 있긴 하지만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12일(98명) 이후 100명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준중증 병상, 중등증 병상의 가동률은 각각 7.8%, 16.4%, 8.7%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지난달 12일 이후에는 20명 미만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면역 회피 특성이 있다고 해도 이미 적지 않은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력을 갖고 있다.
해외 유입 확진자가 지난달 24일 이후 세자릿수를 기록하며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업계와 국민 반발을 고려하면 당장 입국 제한이나 입국 후 격리 같은 조치가 취해지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실외마스크 부활이나 요양병원 면회 제한처럼 효과에 비해 반발이 적은 조치나 4차 접종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BA.5 변이가 백신 회피 특성이 있지만, 위중증이나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에는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7일까지 연장된 '7일간 의무 격리'의 해제 여부를 내주 논의할 예정인데, 재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제 결정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의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11일 첫 회의를 열고 방역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자문위는 방역의료 전문가 13명과 사회경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으며,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국제선 정상화를 추진 중이던 국내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항공 여객 수요 회복에 박차를 가하던 와중에 코로나19 재확산이란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그동안 항공업계가 주장해온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폐지 등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11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대상자에 50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방역 대책 완화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현재 방역 대책에선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대상은 60세 이상 고령층, 요양시설 입소·종사자 등인데, 이들뿐만 아니라 50세 이상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13일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 대비·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수준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재 수준의 방역 조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항공업계가 요구해온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폐지 등 방역 조치 완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에 해외 유입 사례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 출입국에 대한 방역 조치 완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성수기인데”…항공 여객 수요 회복 ‘급제동’
현재 수준의 방역 조치가 유지되는 가운데 방역 조치 강화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항공업계의 국제선 정상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항공 여객은 126만22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만4435명)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6월의 인천공항 이용 항공 여객(597만4806명)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치지만,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항공 여객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살아나던 항공 여객 수요가 또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방역 조치 완화에 신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현행 방역 조치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방역 조치 강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제선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제도의 폐지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고 토로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6월에도 국제선 수요 회복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7월부터는 성수기 시즌으로 증편이 본격화되면서 수송량 증가율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면서도 “여객 수요 회복 및 양호한 운임을 바탕으로 여객 부분의 영업적자 축소가 예상되지만 화물 피크아웃 및 소비 침체로 중장기 여객 수요가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송량 증가로 단기 실적 개선은 명확하지만 중장기 수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한계”라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수요 회복 기대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