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윳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엔진+전기모터) 차량이 잘 팔리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대비 높은 연비를 내고, 비싼 전기차로 갈아타기엔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절충안’으로 선택하면서다.
17일 자동차 통계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승용차) 월간 판매량은 지난 1월 1만5175대에서, 3월 1만8675대, 5월 1만9661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1~5월에만 총 8만7472대 판매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20만 대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2009년 아반떼 하이브리드 출시 이후 10년 만인 2019년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섰다. 이어 2020년 15만 대, 지난해 18만6000여 대로 판매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이브리드 차, 올해 국내 판매 20만 대 전망
지난달에는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4220대 팔리며 하이브리드 차량 월 판매량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갖고 있던 2020년 9월(4218대) 기록을 넘어섰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도 2만235대로, 국산 하이브리드 승용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니로(1만1195대), K8(1만136대), 그랜저(9002대), 스포티지(6648대) 순으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 비결은 단연 '연비'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장착돼 주행 환경에 따라 번갈아가며 구동되기 때문에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연비가 4~6㎞가량 더 나온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연비가 좋은 대신 내연기관보다 차량 가격이 더 비싸긴 하다”며 “하지만 최근 기름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연료비 절감으로 차량 가격차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기가 높은 만큼 신차 출고 기간이 평균 1년 안팎 걸리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경유 L당 2100원 돌파…디젤차 외면
실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100.73원으로 210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12일 1953.29원을 기록하며 기존 최고가(2008년 7월 16일 1947.74원)를 경신한 데 이어서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도 2095.83원을 기록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경유를 쓰는 디젤차 비중이 줄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등록 수입차 2만3070대 중 하이브리드 차량은 9102대(하이브리드 7917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185대)로 약 40%를 차지했다. 지난해(33%)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수입차 하이브리드 차량 중에선 렉서스 ES300h가 가장 많이 팔린다. 2018년 연간 판매량 8800대에서 지난해 6700여 대로 줄긴 했지만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으론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판매 대수로는 벤츠 E350 4매틱도 많이 팔리지만, E350은 전기모터가 파워트레인(동력) 장치로 작동하기보다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디젤게이트(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이 줄고 하이브리드 차량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곧바로 넘어가기엔 차량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소비자 3명 중 1명이 올해 하반기 가장 기대하는 신차로 아이오닉6을 꼽았다.
오늘(16일) 직영중고차 플랫폼기업 케이카에 따르면, 전국 30~49세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 신차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2%가 가장 기대되는 모델로 현대 아이오닉6를 선택했습니다 2위는 기아 EV6 GT(24.8%)였다.
자동차 구매 시 가장 선호하는 유종(연료 종류)은 하이브리드가 35.2%, 전기차가 30.6%로 1, 2위를 차지했다.
케이카 측은 "고유가 상황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ESG 트렌드에 대한 관심으로 자동차 수요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는 현대 그랜저 풀 체인지(24.2%),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20.8%)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수입차 중에서는 SUV 모델인 BMW X7이 12.2%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가장 선호하는 차종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71%가 SUV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세단(24.6%)과 픽업트럭(2.4%), 해치백·왜건(1.4%)이 뒤를 이었다.
신차 구매 시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로는 30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 전체의 39.4%로 가장 높았고, 4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6%였다.
정인국 케이카 사장은 "이번 설문을 통해 점차 강해지는 친환경차 선호 현상은 물론 SUV의 인기가 높은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