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올해, 2억 8600만회분 백신 도입 계약
연말까지 1억 4000만회분 추가 도입 예정
당장 국내 남은 백신만 1544만 8000회분
백신 공여, 외교부 중심 수요 파악 중
14개월간 38만병 폐기2차 백신접종률 86.8%, 신규 확진 2만명대로
코로나19(COVID-19) 유행이 안정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백신 폐기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최근 국민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서 폐기되는 백신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병상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의료의 일상회복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하반기 유행이 예측되는 만큼 중증·준중증 병상 중심 대응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정부가 18~49세 연령을 대상으로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하면서 잔여백신 물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31일 서울의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잔여백신은 접종을 위해 이미 바이알(병)을 개봉해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렵고 개봉 당일 소진하지 않을 경우 폐기해야 해 활용방안도 마땅치 않다.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만6714명으로 전일대비 1만5582명 감소했다. 지난 2일에 이어 4일 만에 2만명대로 내려왔다. 전주대비로는 2만3842명 줄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18일 40만6884명을 기록한 뒤 7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백신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확보한 물량보다 접종 수요가 떨어지면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하는 백신이 늘어난다. 지난 4일 기준 2021년 2월부터 1년2개월간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37만9311바이알(병)이 폐기됐다. 백신별로 화이자 15만3972바이알, 모더나 18만9972바이알, 얀센 9549바이알, 노바백스 364바이알, 아스트라제네카 2만5829바이알이다.
백신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 백신 폐기물량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은 백신 물량은 2021년 1억9600만회분, 올해 계약한 물량은 9000만회분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달부터 관계부처 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국내 접종에 활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왔다.
일단 정부는 해외 공여, 도입 일정 조정 등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방접종률이 충분한 수준까지 달성되면서 이제는 백신 활용방안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해외 공여나 제약사와 공급일정 조정 등을 통해 활용도를 높이고 폐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하반기에 만약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이 변이가 예방접종을 우회하기 시작한다면 백신 회사들에서도 변이에 적합한 예방접종으로 예방접종을 개량할 것이고, 그에 따라 저희가 공급받도록 되어 있어서 전 국민 접종 물량을 유지할 필요성들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을(9~10월), 겨울(11~12월)께 재유행 예측이 나오고 있다.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현재 공급하기로 되어있는 백신들은 필요량보다 많아 공여 등을 논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손 반장은 "상황적 가변성을 고려하면서 현재 백신 공급 회사들과 계약 일정들의 조정과 또는 세계적으로 공여 가능한 집단들, 공여 가능한 국가들과의 협상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향후 병상 가동률 등을 고려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및 긴급치료병상을 제외하고 중증과 준중증 병상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하반기 재유행 예측에 따라 중증·준중증 병상 중심으로 방역대응 체제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거점전담병원의 치료병상은 병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감축을 추진한다. 지난달 100병상을 이미 조정했다.
경증 환자는 일반 병·의원 등 일반의료체계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중등증병상 대부분은 지정 해제할 예정이다. 경증이 많은 오미크론 특성에 따라 일반의료체계로 전환돼 입원수요가 낮아진 중등증병상은 이미 2차례에 걸쳐 1만개를 조정했다. 남은 병상도 확진자 추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정 해제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효능 분석은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대상으로 국내 유행 코로나19 오미크론 세부계통 바이러스(BA.1, BA.1.1, BA.2)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평가했다. 세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후 치료제를 농도별로 처리해 세포 내 바이러스 증식이 50% 억제되는 약물 농도(IC50)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는 국내 유행 오미크론 세부계통 바이러스에 대해 기존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비교 시, 효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주와의 IC50 값이 0.7~2.4배 정도 차이 있으나 효능은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남아도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대책 강구에 나섰다. 제약사와 상의해 도입 일정을 미루고, 남는 백신은 해외에 공여하는 방안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일 “지난 4월부터 복지부, 외교부,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국내 예방접종에 활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의 해외 공여, 제약사와 공급 일정 조정 등을 통해 활용도를 높이고 폐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백신 공급 물량을 일정 수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우리나라는 지난해 백신 1억 9600만회분, 올해 9000만회분 등 총 2억 8600만회분의 백신을 도입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미리 체결된 계약에 따라 연말까지 약 1억 4000만회분이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 국민의 86.8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고, 64.6%가 3차 접종까지 마치면서 백신 폐기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이달 2일 0시까지 14개월간 국내에서 백신 312만 6000회분이 폐기됐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에 남은 백신은 1544만 8000회분이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불확실성에 따라 고려할 변수가 많다”면서 “하반기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기존 백신의 예방능력을 우회한다면 백신 회사들에서 변이에 적합하게 백신을 개량할 것이고, 그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도록 돼 있어서 전 국민 접종 물량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공급 예정 백신의 여유분이 필요한 양보다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가변성을 고려하면서 백신 공급 회사들과 계약 일정을 조정하고 공여 가능한 국가들과의 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백신관리반장은 “백신 공여는 현재 외교부를 중심으로 해외 국가들의 백신 수요를 파악하고 있고, 의향이 있는 국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구체화되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