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라떼팔이, 틀딱…."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 차이가 '문화 차이'가 아닌 '갈등'으로 크게 번졌다. 2019년 '꼰대' 라는 말이 유행했던 점에서 보여지듯 젋은층의 노년층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이 대규모로 확산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노년층에 대한 혐오가 증폭된 모습이다. 절음층에 대한 노년층의 반감도 비례적으로 늘었다.
11일 뉴스1이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뉴스 기사와 소셜미디어(SNS)에서 갈등관련 언급량(버즈양) 데이터를 집계하고 정해진 산식에 따라 지수를 계산해본 결과 올해 1분기(1월1일~3월15일) 누적기준 한국사회 세대갈등지수는 99.8로 2018년로 2018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수는 직전 4개분기 평균치를 기준으로 해당분기 세대 갈등 관련 언급량 증감과 긍정언급량 대비 부정언급량 초과유입치 증감을 토대로 분기별 증감지수를 산출한 다음, 이를 시기별로 합산해 누적지수를 작성했다.(2018년=100) 세대외에 젠더·진영·불평등·일터갈등 지수도 같은 방식으로 산정됐다.이 기긴중 약 4억4323만여건에 이르는 5개갈등 전체 언급량 중 세대 갈등이 전체 버즈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다.
종합갈등지수는 이들 5개 유형별 갈등지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도출했다. 각 갈등에 대한 사람의 참여도와 상관없이 각 갈등이 사회에서 갖는 무게나 중요성은 같다고 가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분기 전체 언급량이 늘수록, 부정언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유입될 수록 갈등전선이 확산되고 갈등정도도 깊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아래 개요 및 산식표 참조)
◇'라떼·꼰대'로 본격화된 세대 갈등
2018년 이후 세대갈등은 그다지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2019년 2~3분기 1차 증폭된다. 2019년 3분기 세대갈등지수는 누적기준 105.1로 전분기 대비 5.2 증가했다. 당시에는 '꼰대'라는 말과 꼰대를 풍자하는 표현인 '라떼팔이' 등이 온라인 상에서 많이 사용됐다.
같은해 말 뉴질랜드 의회에서 20대 클로에 스와브릭 녹색당 의원이 환경문제에 반대하는 기성의원의 야유에 '오케이 부머(OK, boomer,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조롱)'라고 맞받아치면서 해당 표현이 한국에서도 회자됐다. 타파크로스에 따르면 이 시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등에서 회사 상사를 '라떼, 꼰대'라고 지칭하는 게시글도 많았다.
또 현 정권이 추진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정책이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을 더욱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MZ 세대가 외치는 '공정성'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정규직화, 여성할당제 등과 부딪히면서 세대갈등으로도 번진 부분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 거치며 노인·청년층 혐오표현 일상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는 노인·청년 세대에 대한 상호비난이 크게 늘었다. 2020년 2분기에는 사회갈등지수가 109.3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 2분기인 4,5월에는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위험성에 무감각한 청년들을 비난하는 '클럽충' 등의 단어가 생겼다. 이후 청년층의 핼러윈 파티 등을 두고도 비난 여론이 높았다.
같은해 8월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교인, 태극기부대 등을 중심으로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당시 노인 혐오표현인 '틀딱', '노인충', '틀극기'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
한번 만들어진 '혐오표현'이 계속해서 사용되는 것도 세대갈등의 특징이다. '틀딱' 등 노인을 비하하는 단어도 2020년 이전에 쓰였지만 2020년에는 전년대비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일상화됐다.
타파크로스는 "세대갈등에서 한번 사용된 신조어의 경우 사용의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는 있으나 소멸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도 소셜 미디어상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돼 생명력이 긴 편"이라고 분석했다.
세대갈등은 정점을 찍고 난 후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2020년 2분기 사회갈등지수가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세대 분야의 사회갈등지수는 100 안팎을 오가며 유지되는 양상을 보인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세대 갈등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격렬해지고 심해지는 특징들이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며 "특히 20대와 60대가 일체화되면서 40대와의 균열이 분명해졌고 정권 후반에 들면서도 세대 간 의견차가 거의 패턴화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세대갈등도 결국 기회의 축소에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정치권에서 해결 실마리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간 갈등이 많이 부각되지만 세대 내에서도 각자 자신의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달라진다"며 "단순히 세대 간 문화, 가치관 차이를 강조하다보면 소득이나 자산불평등 문제를 은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교육, 취업, 결혼, 주거, 육아 등에서 소외된 청년들 위한 정책을 제대로 내놓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산업발전 구조상 2030 세대가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기업들이 인건비를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임금피크제 등 제도를 논의해 청년들의 사회 진입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90년대, 청청 패션으로 꾸민 나의 20대 때 사진을 본 대학생 딸이 물었다.
"엄마! 아직도 이 옷 갖고 있어요?"
"작아져서 벌써 버렸지. 왜?"
"아, 한 번 입어 보고 싶어서~ 지금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라니까요."
요즘 딸은 'LEE'라고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자주 입는다. 우리 젊을 때 유행하던 청바지 브랜드였다. 반가워서 물었더니 엄마도 아냐며, 젊은이들 사이에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세기말 패션, 일명 Y2K가 재유행이란다.
나는 '이 브랜드는 당시 많은 청바지 브랜드 중에서도 거친 카우보이 감성을 내세우는 브랜드여서 주로 남자가 선호했다'고 부연하며,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여 년 전 인기를 끌었지만 자취를 감췄던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이 재출시되었다는 신문 기사나 이태원을 지나다 직접 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가게 간판 등을 보면서 Y2K 유행을 실감했다.
패션잡지 역시 올봄 주요 패션 키워드로 'Y2K'를 꼽으며 다투어 기사를 싣고 있다. Y2K의 Y는 Year(년), 2K는 1000을 나타내는 kilo(킬로)와 합쳐져 2000년을 의미한다. 크롭티(배꼽 보이는 짧은 상의), 로우라이즈(골반이 드러날 정도로 내려 입은 하의), 부츠컷(발목 부문에서 넓게 퍼지는 통 넓은 바지), 상·하의 색을 통일한 벨벳 원단 운동복 등이 대표적 Y2K 스타일이다. 원색, 형광색 등 발랄한 색상과 세기말적인 화려하고 과장된 표현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짧은 영상 앱 '틱톡'에서 #Y2Kfashion 해시태그가 3억 회를 넘었다. 우리나라 카카오스타일의 쇼핑 앱 지그재그에서도 올해 1~2월 데이터 분석 결과 전년 동기 대비 Y2K 패션 관련 상품 검색량이 61배, 상품 거래액이 18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행은 돌고 돈다' 하고 '해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어떤 매력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엄마가 보던 영화에 나온 그 옷, 신선하네
먼저, 몇 년간 Z세대에게 꾸준히 인기를 끈 빈티지(vintage) 패션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Z세대는 1997년생에서 2007년생(현재 만25세~15세)으로 본다. 이들의 소비 특징은 '자기중심적' 소비다.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맞춤형을 선호한다. 새 옷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낡은 듯 멋진 느낌을 주는 빈티지 패션과 잘 맞아떨어졌다. 현재 대량 생산되는 똑같은 옷이 아닌 빈티지 옷은 '유일한' 옷, 특별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홍대 앞에서 빈티지 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은(23)씨는 "기성세대에게는 한물간 패션이지만, Z세대는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 Z세대가 Y2K 브랜드를 일부러 찾았기보다 그 시대의 감성을 찾다 보니 당시 유행하던 브랜드가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7년 외환위기 IMF 사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5명이 걸어오는 드라마 포스터에 당시의 Y2K 패션을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버롤즈, 일명 '멜빵바지'의 한쪽 어깨끈을 내려 짧은 상의로 허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지금 그대로 유행하고 있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당시 나온 드라마와 영화 또한 Y2K 패션 유행의 제공자로 볼 수 있다. Z세대가 Y2K 시절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유튜브나 영화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1994년에서 2004년까지 방영된 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최근 한 영화스트리밍 사이트에 전편이 공개되었다. 당시 스타일을 자주 접하면서 시각적으로 익숙해지니 지금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쉬워졌다.
"엄마도 20대 때 외할머니가 양장점에서 비싸게 맞춰서 아끼느라 몇 번 안 입은 오렌지색 볼레로와 잠자리를 수놓은 나팔바지를 입었더랬지."
나는 딸에게 아버지의 양복장을 뒤져 와이셔츠에 끈 넥타이를 매거나, 오래된 맞춤 코트를 찾아 입어 멋쟁이 소리를 듣던 친구 이야기도 해줬다. 목이 가늘든 굵든 딱 맞게 둘렀던 벨벳 초커, 화려한 큐빅이 박히고 두꺼웠던 패션 벨트... 딸과 패션에 관련된 대화가 늘었다.
지구 종말론과 새천년이라는 불안과 기대가 공존했던 90년대 상황과 코로나 지속과 종식이라는 불안과 기대를 함께 느끼는 현재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Y2K 패션이 유행한다고 보는 이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로 세대 간 갈등의 폭풍이 지나간 요즘, 패션 이야기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부모 세대가 즐겼던 패션을 아이 세대에서 다시 즐긴다. 세대 간의 다름보다는 공감을 느끼게 해준 Y2K 패션을 함께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