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MBTI 마케팅’ 동참
MZ세대 “MBTI 마케팅은 과도해”
전문가 “MBTI, 신뢰도 낮아… 남용 경계해야”
최근 기업들이 사람 성격을 파악하는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심리검사를 활용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MBTI는 1944년에 개발된 성격 유형 지표로,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하지만 MBTI 지표가 신뢰도·타당도가 부족해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2월 소셜미디어(SNS) 채널에 ‘MBTI별 새 차 살 때 유형’이라는 제목을 올리면서 마케팅에 나섰다. 해당 게시물은 MBTI 유형을 적용해 소비자를 ▲신중구매파 ▲충동구매파 ▲지인이 사면 나도 살래파 ▲고민 후 아무것도 안 사는 아이 쇼핑파 등으로 구분했다. 이른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SNS와 MBTI를 결합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모(28)씨는 “요즘 MBTI에 관심이 많아 관련 콘텐츠를 가볍게 재미로 본다”면서도 “주변에 맹신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기업마저 마케팅에 활용하는 걸 보니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여성의류업체 미쏘(MIXXO)도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해주고 있다. 유형에 따라 ▲정석 추구형 ▲자유로운 영혼형 ▲합리 추구형 ▲조화 중시형 등으로 분류해 의상을 보여준다.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해주지만, 정작 소비자 취향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장인 송모(30)씨는 “이런 식으로 추천해주는 의상이 내 취향이었던 적 없다”며 “재미나 마케팅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MBTI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TI를 기업 채용 과정에 반영하는 사례도 있다. 수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라’는 항목을 넣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지난해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항목을 넣어 지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대학생 정성호(27)씨는 “요즈음은 어딜 가나 MBTI 타령인 것 같다”면서 “나도 MZ세대인데 아무리 대세라지만 지나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유형이나 취향별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MBTI’가 붙으면 이젠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계에서는 MBTI를 두고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전문성이 낮고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또한 MBTI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를 자신의 특수성으로 신뢰하는 부작용도 우려한다. MBTI를 무분별하게 신뢰할 경우,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특성을 개인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바넘 현상(Barnum effect)’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심리검사나 점괘에서 발견되는 바넘 현상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자신에게 들어맞는 말이라고 믿는 것을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는 ‘미네소타 다면적 인적검사’와 같은 전문적이고 역사가 깊은 검사에 비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진다”며 “접근이 용이한 것은 장점이지만,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용인될 경우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이런 평가로 개인의 정체성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면서 “기업에서 MBTI로 어느 부서에 배치할지를 결정하거나 면접이나 채용 시 당락을 결정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래 ‘MBTI 과몰입’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MBTI 검사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고용시장에 등판했다. 그 결과를 자기소개서에 적게 하거나 특정 성향의 지원자만 고용하겠다는 공지가 이슈가 됐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을 내세운 인공지능(AI) 면접 시스템도 보편화되고 있다. ‘생물학과 신경과학을 연구해 인간의 사고와 행동 메커니즘을 알고리즘화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역량검사’라는 설명에 기시감을 느끼는 건 나뿐일까.
미국에서는 성격 검사를 통한 채용이나 AI 면접 시스템이 많아지며 그 윤리성과 공정성, 위법성 논의를 이미 먼저 시작했다. 특히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편과 개인정보보호법, 장애인법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도 도입되고 있다. 뉴욕주가 AI 자동 채용 도구를 사용할 때 인종과 성별에 의한 편향된 판정이 나오지 않도록 연 1회 바이어스 검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리노이주는 2020년부터 직원 채용과정에서 AI를 이용해 비디오 인터뷰를 시행할 경우 이용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성격’을 고용상 차별금지요소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다.
국내에서도 AI 면접 시스템의 경우 채용절차법 위반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 제4조의 3항 1호는 신체적 조건을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정보로 보고 이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한다. AI가 눈 마주침, 눈 깜빡임, 표정에 의한 긴장 여부, 외모적 호감도를 평가하는 것은 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방언 역시도 AI가 이를 부정적인 요소로 학습했다면 출신 지역에 의한 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MBTI 검사 또한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의 취지에 반할 소지가 있다. 사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점에서 ‘성격’ 또한 다른 차별금지요소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업무와 무관한 요소까지 판단을 받는 측면, 또 채용의 기회조차 박탈한다는 제한의 강도 면에서 그러하다.
올해 ESG 경영에서 ‘S(Social)’ 영역이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인권경영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업의 인권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한 인권실사의 체크리스트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채용, 승진, 보상과 관련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을 차별금지요소로 보던 정도에서 ‘이념적·정치적 의견, 표현, 생각, 양심’으로 확장·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HR(인력 채용) 정책에 있어 D&I(다양성과 포용성)가 화두인데, 결국 인권 리스크가 적고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와 상반된 일련의 흐름은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참 곤란하다. 성격마저 스펙이 되는 2022년, 채용시장을 통과하려면 우리는 명랑함과 동시에 다채로움까지 갖춰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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