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러시아 디폴트 1차 분수령
러 “루블화로 갚겠다”…사실상 디폴트
“국내 영향 제한적…LTCM 사태 가능성도”
1억1700만달러 갚아야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지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 발생한 국가적 위기로, 이후 전개될 글로벌 연쇄작용에 대해 국내 금융권들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16일까지 이자 상환 못하면 디폴트 직면
16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 달러(한화 약 1,450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현재 상환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러시아는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국제 금융시장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가 이날 이자를 갚지 못하게 되면 일단 다음달 15일까지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지만 그 이후로도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시 디폴트 선언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날을 시작으로 ▲21일 6,563만 달러(약 814억원) ▲28일 1억200만 달러(약 1,265억원) ▲31일 4억4,653만 달러(약 5,537억원) 등 외화 채권 이자와 원금 상환일이 줄지어 예정돼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가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로 지급할 경우 약 1,500억 달러(약 187조원) 규모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기업들의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 국채 가격은 지난주 달러당 10센트 밑으로 내려가 5년 전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던 베네수엘라 수준이 됐고, 여러 차례 디폴트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 국채의 최저 수준에 가까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서방의 초강력 제재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가운데 러시아 국채 가격이 액면가의 10% 아래로 하락해 상습 부도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과거 기록에 근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채권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가 세계 금융 시스템에 복귀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는 관측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익스포저 낮아 국내 영향 제한적…글로벌 영향은 배제 못 해”
일각에선 러시아가 최근 중국 헝다그룹 사태처럼 유예기간을 활용해 시간을 번 뒤 자산매각 등을 통해 채무를 지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러시아가 “서방의 인위적 제재에 따라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만큼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디폴트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한국은행은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 될 경우 국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국내 금융권의 러시아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낮은 수준인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미국·유럽 등이 영향 받게 되면 시장 불안 심리로 인해 연쇄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문가 역시 러시아의 채무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고 러시아 경제와 글로벌 시장과 연계성이 높지 않아 위기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시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가 미국 헤지펀드사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러시아 디폴트가 제2의 LTCM 사태를 재발시킬 수 있는 리스크라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러시아와 서방 간 뚜렷한 협상의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러시아발 금융 불안이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각종 연기금들이 러시아 자산을 투자자산에서 제외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러시아 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전이될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LTCM 사태 재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리스크 관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글로벌 은행들이 러시아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왔다는 점”이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은행의 대러시아 익스포져는 1,215억 달러로 지난 2013년 대비 47% 수준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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