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영상 PD, 블라인드에 사연 올려
구독자 60만명 클래식음악 채널 ‘또모’
회사 대표, 진실공방 벌이다 결국 “사퇴”
6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또모’를 운영하는 동명의 스타트업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입사를 하루 앞두고 협의된 것보다 500만원 적은 연봉을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측은 지원자의 문제 제기에 “처음 입사하면 ‘사원’ 아니냐. 사원의 초봉 기준으로 책정했다”고 답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대표 명의로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5일 ‘출근 전날 제안 연봉을 500만 원 낮춰 부르는 기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력 6년차 PD라는 A씨는 “구독자 60만 정도 되는 클래식 음악 관련 유튜브 회사와 면접을 봤다”고 했다.
그는 1차 면접에서 연봉 4200만~4500만원을 요구했고, 2차 면접에서 백승준 또모 대표에게 4000만원을 제안 받았다고 한다. 당시 백 대표는 ‘성과급과 인센티브 등이 있으니 열심히 하면 벌충이 될 것’이라고 했고, A씨는 이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정규직 계약을 요구했고, 사측은 6개월 수습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A씨는 이달 6일 입사할 예정이었고, 지난 1일에는 회사가 개최한 공연에 초대를 받아 간단한 촬영을 돕기도 했다. A씨는 “회사와 잘 맞춰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고, 다른 PD님들과도 잠깐 일해봤는데 호흡이 잘 맞아 기대가 컸다”고 했다.
논란의 상황은 입사 전날 발생했다. 첫 출근을 하루 앞둔 5일, A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3500만 원의 연봉이 책정됐는데 괜찮겠느냐”고 했다. 그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리스크(위험)가 있다”, “당신이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주변에서 업무 태만 등의 케이스를 봐왔다”고 했다. A씨는 “예상했던 연봉보다 500만원 깎인 채로 출근하게 생겼는데, 괜찮을 수가 없었다”고 썼다.
A씨에게 대표가 연락을 해왔고, A씨는 ‘연봉 4000만원’에 대해 물었다. 대표는 ‘A씨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출근 전날 연봉을 통보한 이유’에 대해서는 ‘통보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지를 물어본 것이다. 기분 좋게 출근한 이후 연봉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상하실 것 같아 오늘 말씀드렸다’고 했다. 대표는 A씨의 연봉으로 3500만원을 책정한 것에 대해 “저희 회사가 스카웃한 게 아니라 지원해서 들어오시지 않으셨느냐. 대리, 과장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그대로 대리, 과장으로 시작하느냐. 사원부터 시작하지 않느냐. 저희 회사에서는 처음 근무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초봉 기준으로 책정을 했다”고 답변했다. A씨는 “이쯤 되자 저도 언성이 높아졌고, 이후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흘러갔다”며 “제가 더 이상 손쓸 방법은 없는 것 같아 회사의 발전을 빈다고 말씀드리고 연락을 끝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승준 대표는 A씨가 올린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는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를 꾸려오다 보니 인사 체계와 경영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채용 과정을 진행하다보니 작성자(A씨)와의 연봉협상 과정 중 실수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A씨와) 따로 만나 사과를 드릴 예정”이라며 “죄송하다”고 했다.
해당 회사 대표는 “실수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문제를 제기한 PD의 경력이 일부 사실과 달라 연봉을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다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면접 때 연봉 4천만원→출근 전날 3500만원 일방통보”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출근 전날 제안연봉 500(만원) 낮춰 부르는 기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력 6년 차 PD라는 글쓴이는 클래식 음악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모 회사의 PD 채용에 지원해 면접까지 진행하고 합격 통보를 받아 출근을 결정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또모’로 모바일 세대를 위한 클래식 음악 콘텐츠를 주요 소재로 내세워 인기를 얻은 채널이다. ‘서울대 음대생이 세계 톱 클래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아본다면?’ 등의 영상이 인기를 끈 바 있다.
글쓴이는 회사 면접에서 합격을 구두 통보받은 뒤 ‘정규직 계약 및 연봉 4000만원’에 합의했는데, 갑작스레 출근 전날인 지난 5일 “사내 논의 결과 3500만원의 연봉이 책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면접 때 합의한 연봉이 출근 직전 일방적으로 500만원이나 깎였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1차 면접에서 희망연봉 4200만~4500만원 정도를 제시했고, 2차 면접에서 대표님이 4000만원 정도가 어떻겠냐, 성과급 등이 있으니 열심히 하면 벌충이 될 것이라 해서 오케이했다”면서 “대신 정규직 계약을 원한다, 회사와 발 맞춰 길게 가고 싶다고 했더니 오히려 회사 쪽에서 감사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회사에선 처음 근무니까 초봉 책정” 황당 답변
글쓴이가 “(깎인 연봉은) 전 직장, 심지어 그 전 직장 연봉보다도 낮다”면서 회사 측에 이유를 물었더니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위험 부담이 있다. 당신이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정규직으로 채용된 뒤) 업무를 게을리하는 사례를 봤다”고 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연봉 3500만원은 어떻게 책정된 것이냐’고 묻자 대표는 “회사가 스카우트한 것이 아니라 지원해서 들어온 것이 아니냐. 대리·과장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사원부터 시작하지 않느냐. 우리 회사에선 처음 근무하는 것이라서 초봉 기준으로 책정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이후 반박이 오가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글쓴이는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차 면접을 본 뒤 이달 6일로 첫 출근 날짜까지 통보받고 그 사이 해당 회사에서 이달 1일에 개최한 공연에 초대받아 업무를 돕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입사 전 아이디어노트에 이것저것 메모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궁리하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며 씁쓸해했다.
“인사노무 잘 모르고 채용 진행해 실수” 1차 사과
이후 해당 회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또모’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백승준 대표는 직접 해당 글에 단 댓글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백 대표는 “이번 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아직 부족한 상황이고 경영 경험, 지식이 많지 않다. 인사노무 체계 등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작성자 분과의 연봉협상 과정 중 실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성자분과 따로 만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릴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낮은 자세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원자에 문제 있어 연봉 조정한 것” 반박하며 진실 공방
이렇게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될 것 같았던 상황은 이번 폭로가 기사화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비판이 쏟아진 뒤 백 대표가 6일 오후 10시쯤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거짓 정보가 기정 사실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반박에 나서면서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문제를 제기한 지원자에게도 일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연봉 조정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백 대표는 “연봉 4000만원은 최종 연봉 제안이 아니라 고려해보겠다는 취지였다”면서 “지원자가 6년 차 경력자이고 대리·과장급이었다고 글을 썼지만, 확인 결과 입사 전 3개월 계약근무했던 직장에선 월 300만원을 받는 프리랜서였다. 경력이 주로 계약직, 프리랜서였다. 또 제출한 서류상 격력 중 1년 5개월, 6개월 근무 후 퇴사한 뒤 재입사해 11개월 근무한 2곳을 제외하면 1년 이상 근속한 기업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자가 정식 출근 전 회사에서 주최한 공연에 초대받아 참석했는데, 당시 회사 직원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면접 당시와 달라 팀원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면서 “어떠한 이유라도 입사 전 이런 문제로 개인에게 상처를 드린 회사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지원자의 경력, 지위, 능력, 기존 연봉, 팀원들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사 전 연봉을 3500만원으로 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PD “허위내용 말한 적 없어” 재반박
이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글쓴이는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백 대표에 재반박했다.
글쓴이는 일단 “블라인드에 올린 글, 면접 자리, 회사 관계자들과 나눈 통화 어디에서도 내가 대리·과장급이었다고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표님이 먼저 ‘6년 차니까 회사 입사하면 대리로 들어가시나요? 처음 입사하면 사원으로 들어오잖아요’라고 물었기에 ‘무슨 말씀이세요? (이전 회사에서 대리였다면) 이직할 때에도 대리로 넘어가죠’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대표가 “그럼 여태까지 어떤 직급에 있었느냐”고 물었기에 글쓴이는 “PD 직군이었기에 직급이 불분명했다. 이전 직장에선 파트장급이었다”고 답했다면서 대리급 또는 과장급이라고 밝힌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글쓴이는 “잦은 이직이 문제였다면 1차 면접 당시에 질문을 하거나 채용을 거절했어야 한다”면서 “출근 전날 12시간을 남겨놓은 시점이 아니라 면접 과정에서 끝났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 주최 공연에서도 클래식 공연에 맞추기 위해 넥타이를 하는 등 평소 잘 입지 않는 복장을 갖춰 입고 갔다. 당일 연주자와 드레스코드까지 맞추려고 신경 썼다”면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도울 일은 없냐’고 계속 여쭤봤고, 실제 일부 업무를 도와드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태도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대표님 표현에 의하면 ‘명시적으로 고려된’ 4000만원의 연봉이 며칠 새 3500만원으로 깎였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사전 합의 없이 내 경력과 연봉을 노출했다. 심지어 팩트도 틀렸다”면서 “나는 2년 4개월간 한 직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또 ‘월 300만원의 금액을 받아가는 프리랜서’라고 하면서 이전 회사에서의 ‘법인카드 포함 연봉’은 의도적으로 게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올린 글에서 어떠한 ‘허위 내용’도 올리지 않았으며 대표님과의 통화 내용이 그것을 증명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 또모 측에 냉랭…구독자 떠나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는 네티즌들은 대체로 회사 측에 비판적인 반응이다.
일단 연봉 조정을 하더라도 출근 전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500만원이나 깎인 연봉을 통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단순히 ‘인사노무에 대한 무지로 인한 실수’로 덮으려 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반박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지원자의 경력과 연봉 등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알려지면서 60만명 이상이던 또모의 구독자 수는 7일 오전 8시 현재 59만 9000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백 대표 “대표직 내려놓겠다…당사자에 사과”
결국 백 대표는 다시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재차 사과문을 올렸다.
백 대표는 “모든 것이 저의 과오와 부족함 때문”이라면서 “해명하고자 올린 글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은 당사자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일에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면서 “진심 어린 충고와 질책을 가슴 깊이 새기며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한 네티즌은 “구독자와 출연자에게 사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표직 내려놓는다며 도망가지 말고 피해 당사자분한테나 사과하고 보상해달라”면서 “이 시국에 고용시장 박살 나서 취업하기 힘든데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나온 분은 대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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