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면서 "소환 조사는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조사에 임하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약 10분에 걸쳐 읽어 내려갔다. 약 2천300자 분량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며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아마도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불손 그 자체였을 것"이라며 "그들이 저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의심하는 제3자 뇌물 혐의를 거듭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며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제3자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대기업에 대한 미르·K재단의 후원 강요 혐의와,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 성남시민들의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검찰의 왜곡과 조작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적법한 광고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긴다. 적법한 행정과 정당한 광고계약을 서로 엮어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고 검찰의 논리를 비판했다.
또 "성남FC 운영비가 부족하면 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상상이 되느냐"며 "아무런 개인적 이익도 없는데 왜 그런 불법을 감행했다고 생각하느냐.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라며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 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 등의 모략으로 고통을 당했다"며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 리스크였느냐. 그것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봉암 사법살인사건,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셀 수 없이 많은 검찰에 의한 사건 조작이 있었다"며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에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맞춰가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입장문 발표에 앞서 주변 소음이 계속되자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입장문을 읽으면서 엷은 미소를 짓는 등 최대한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검찰 청사로 걸어가는 과정에서는 인파에 밀리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2022년 10월 경찰 ‘불송치’ 처리 두달만에 지시
이미 송치된 상습도박 혐의 묶어 일괄 기소 가능성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남 동호(31) 씨의 불법 성매매 의혹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처리한 것에 대해 재수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김성원)는 불법 성매매 의혹으로 고발됐지만 지난해 10월 경기남부경찰청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한 이 씨 사건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후 두 달 만이다.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송치된 상습도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 문언 전시)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증거 확보 등을 위해 일부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이 씨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말까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도박사이트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해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상습도박이 의심되는 게시글 200여 개를 남겼다. 열흘 간 도박장에서 500여만 원을 땄거나 500만 원을 잃었다는 글도 남겼다. 그는 불법 성매매가 의심되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마사지 업체를 다녀왔다는 경험담 등을 올리기도 했다. 이 중엔 친할머니 발인 다음 날에 다녀왔다는 글도 있었다.
2021년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씨를 상습도박·불법 성매매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지난해 9월 경찰은 이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경찰은 이 씨를 상습도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 문언 전시) 혐의로 송치하면서 불법 성매매 혐의에 대해선 불송치해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수원지검이 불법 성매매 의혹을 받는 이 씨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불법 성매매·상습도박 혐의 등을 묶어 일괄 기소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