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를 탔다.
연간 2억 유로(약 2700억원)에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와 2년 반 계약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드디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호날두는 2일 밤(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비행기 안에 앉아 웃는 모습을 게재했다.
이 비행기 안에서 호날두는 굉장히 큰 다이아 반지를 오른쪽 약지에 낀 뒤 윙크를 하며 화면을 보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를 그러면서 "안녕 얘들아, 곧 보자!"라고 인사했다.
호날두의 인사는 새 소속팀인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 동료 혹은 팬들에게 건네는 인사인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는 중동 언론 보도대로 자신의 전용기일 확률이 높다.
유럽 생활 20년을 청산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새 축구인생을 설계하는 호날두의 중동 입성이 임박했다.
호날두는 3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이자 알나스르 연고지인 리야드에 도착한 뒤 메디컬 체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나스르 구단은 메디컬 체크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홈구장에서 3만여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그의 입단식을 치른다는 구상이다.
호날두의 사우디아라비아 데뷔전은 아직 미정이다.
일단 알나스르는 6일 0시 알타이와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나, 호날두가 현지 적응 등을 이유로 데뷔전을 조금 미룬다면 15일 오전 2시30분 알 샤밥과 원정 경기가 그의 중동 무대 첫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그의 입성으로 축제 분위기다. 노란색 알나스르 유니폼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알 나스르는 과거에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명 선수를 여럿 영입했다. 국내에는 전 국가대표 이천수가 뛰었던 팀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우디에서 가장 성공적인 축구팀
알 나스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1955년 창단했다. '나스르'는 아랍어로 '승리'를 뜻한다.
클럽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양한 기록도 가졌다. 각종 대회에서 27개 가량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사우디에서 가장 성공적인 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우디 전반에 왕실의 영향력이 크다. 알 나스르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초대 사우드 국왕의 아들 중 한 명인 압둘 라흐만 빈 사우드 왕자는 세 차례에 걸쳐 36년 가량 알 나스르 회장을 지낸 걸로 유명하다. 이 기간 팀은 지금의 입지에 오른 걸로 평가된다. 그는 2004년 별세했지만 '알 나스르의 대부'로 불린다.
알 나스르가 국내에 알려진 건 과거 이천수(2009~2010), 김병석(2012) 선수가 활약하면서다. 최근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한 김진수가 2020년 전북현대에서 알 나스르로 이적했다. 김진수는 현재 알 나스르에서 전북으로 임대를 간 상태다.
호날두, 연 2700억원 받기로 역대급 계약
알 나스르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인 호날두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호날두는 오는 2025년 여름까지 연 2억유로(1억7500만파운드)를 받기로 했다. 우리 돈 약 2730억원에 해당한다.
축구선수가 1년에 2700억원 이상 돈을 받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역대급이다. 세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가 2022-2023시즌 총수입 1억2800만달러(약 1719억원)를 벌었다.
호날두의 보수가 이처럼 높게 책정된 것은 알 나스르 팀만 위한 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30일 자국과 가까운 이집트(아프리카), 그리스(유럽)와 함께 대륙횡단 공동개최를 하겠다며 이른바 '슈퍼플랜'을 FIFA(국제축구연맹)에 제출했다.
호날두의 연간 2억유로 보수에는 연봉 외에 월드컵 유치 기여에 대한 보상도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또 호날두가 2025년 6월 이후로도 사우디의 월드컵 유치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국대 골키퍼 김승규와 맞대결.. 아시아 챔스리그도 가능
사우디에선 호날두의 등번호 7번을 넣은 알 나스르 유니폼이 인기다. 호날두는 알 나스르와 계약한 소감에서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축구를 경험하고 싶었다"며 "알 나스르의 비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팀의 또 다른 성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한편 호날두의 사우디 이적으로 한국과 묘한 인연도 이어가게 됐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골키퍼인 김승규(33)가 또다른 사우디 팀 알 샤밥의 주전 골키퍼다. 알 나스르는 현재 리그 1위, 알 샤밥은 2위다. 두 팀이 경기하면 호날두와 김승규가 맞대결할 수 있다.
또 사우디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인 만큼, 알 나스르가 아시안챔피언스리그에 올라 한국 프로팀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