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강연
최근 게임사 단순히 NFT만 붙여, 시장 진출 '의미없어'
강력한 팬덤 유지하는 것도 중요, 부가기능 더해야
암호화폐 시장 거품 낀건 사실, 기술원리 더 이해해야
NFT, 가상자산 아닌 소유권 증명서에 불과
증명서에 수백 배 프리미엄 붙인 것 비상식
NFT 기록 인정하는 제도 나와야 가치 생겨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0일 ‘넥슨개발자콘퍼런스 2022’(이하 NDC22)의 ‘NFT, 게임의 혁명인가 신기루인가’ 세션에서 “눈앞에 다가온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 또는 ‘웹 3.0’ 시대에서 NFT는 자신이 만든 정보와 데이터에 ‘내것’이란 꼬리표를 붙여줌으로써 웹3.0 시대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카카오뱅크 자문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엔 SBS 예능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블록체인 및 보안 전문가다.
그는 NFT가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로 상징성과 역사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과거를 보더라도 미술품 가격이 고가가 되는 건은 작품 자체가 어떤 상징성이나 역사성 가져야한다. 즉, 콘텐츠 자체가 힘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또 미술품을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 샀는지, 어떤 유명한 박물관에 있었는지 등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게임사들의 NFT·P2E 시장 진출 행보에 대해 김 교수는 “어떤 상징성이나 역사성이 없이 그냥 NFT만 붙인다고 하는데, 이 경우 해당 회사의 주가 역시 잠깐 올랐다가 바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초로 NFT 표준 ‘ERC-721’를 적용한 ‘크립토키틀즈’란 게임이 성공을 거둔건, 게임 자체만으론 큰 재미가 없었지만 ‘최초’라는 역사성이 부여되면서 콘텐츠에 힘이 생기고 팬덤이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NFT 사업 성공을 위해선 강력한 팬덤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한 예로 최근 ‘나혼자만 레벨업’이란 웹툰의 NFT 판매 행사를 꼽았다. 그는 “인기 웹툰인 ‘나혼자만 레벨업’ 명장면에 NFT를 붙여 판매하는 행사가 열린 적이 있었는데, 불과 1분만에 완판됐다”며 “웹툰 같은 디지털 만화엔 초판본이나 한정판의 개념이 없는데, NFT를 붙이면 이 개념을 붙일 수 있다. 이를 사고 싶어하는 강력한 팬덤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팬덤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NFT 가격대가 유지되고 꾸준히 올라갈 수 있다. NFT가 단순히 ‘등기권리증’ 역할에 머물면 팬덤을 와해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원본 콘텐츠에 NFT를 붙인 뒤 부가 기능을 더하는 시도들이 최근 늘고 있다”며 “멤버십을 가진 사람들만의 특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 강력한 팬덤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NFT는 현재 명품시장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종이로 부여했던 품질 보증서 대신 NFT로 일련번호, 재료, 공정, 판매매장 등의 정보를 담는 시도가 늘고 있는데, 이는 명품업체가 NFT를 활용해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명품 중소시장을 잡을 수 있고 자사 제품들도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NFT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이 프로슈머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웹3.0’ 시대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해 거품이 많이 끼어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엔지니어 관점에서 봤을 때 NFT, 블록체인 암호화폐엔 최고급 이론들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 탑티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기술들이 그대로 구현돼 발빠르게 장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때문에 단순이 돈만 벌겠다, 이런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나 NFT의 기술적 동작 원리를 좀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어떻게 게임에 붙일까 더 고민해야 한다”며 “(그렇게 잘 고민을 한다면)한국 같이 콘텐츠 강국, 인터넷 강국에선 굉장히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요새 정신없이 바쁘다. 하루 두세 건 강연·자문에 연구까지 겸하다 보면 끼니는 카페에서 때우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홍 교수를 찾는 건 금융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보는 몇 안 되는 학자여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8년엔 해외 SCI급 학술지인 ‘국제 금융시장·제도·통화 저널’에 비트코인 관련 논문을 게재해 주목받았다
홍 교수는 기업 강연 때마다 십중팔구 나오는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을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 질문에 NFT 거래시장이 지난 한 해 왜 과열됐는지, 그리고 열기가 한풀 꺾인 시장이 다시 반등할지 가늠할 만한 단서가 있다고 말했다. 8일 만난 홍 교수는 “우선 NFT의 개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아니다. NFT는 등기일뿐이다. 소유권 증서지, 자산 자체가 아니다. 자산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외부 서버에 저장돼 있다. 여느 디지털 파일처럼 말이다.
부동산을 예로 들면, 부동산 등기 업무를 맡겠단 거다. 부동산 매매나 건설을 하겠단 뜻이 아니다. NFT에 소유권을 기록한 디지털 콘텐트를 만들겠다면 디지털 콘텐트 사업을 하는 것이지, NFT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NFT 시장에선 달랐다. 소유권을 NFT 형태로 기록했단 이유만으로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비상식적이다. NFT 자체가 디지털 자산인 것으로 오해해서 벌어진 현상으로 생각한다. 오해가 풀리는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내려간 측면이 있다고 본다.
“NFT 하겠다면서 기술자 영입만? 필패”
거품이 빠지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거품은 기본가치와 시장가치의 차이다. 거품이 빠지는 건 호황 때 매겼던 시장가격이 낮아지는 거다. 물론 NFT 시장도 긴축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장주식이나 주요 암호화폐 가격보다) NFT에 소유권을 기록한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는 건 기본가치에 대한 재평가도 함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트로서의 가치다. BTS 영상을 NFT로 만든다고 하면, 중요한 건 BTS지 NFT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은 금융사에 갔는데, NFT를 발행하겠다고 하더라. 회사 캐릭터를 NFT로 만들어서 내겠단 거다. 누가 금융사 캐릭터를 사겠나. NFT로 발행만 하면 마진이 클 거라 착각하니 그런 판단이 나온다. 결국 실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돈만 들고 사업화가 안 된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디지털 콘텐트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나.
노하우가 없으니 관련 스타트업에 개발 대행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위탁업체 측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50억원을 요구했다더라. 그런데 사실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데는 5000만원도 안 든다.
맞다. 콘텐트, 특히 예술작품은 사람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따라 시장에서의 가치가 크게 변한다. 경제용어론 필수재와 구분해 사치재라고 한다. 다만 NFT를 적용했단 브랜딩만으로 가격을 띄운다면 문제란 뜻이다.
현대카드는 팬덤이 있다. 카드 디자인 때문에 현대카드 컬렉션을 모으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한번은 제주도에서 현대카드에 버스정류장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그만큼 디자인 역량이 크다. 또 대규모 문화공연 기획도 해왔다. 다시 말해 좋은 콘텐트를 만들 자신이 있고, 콘텐트를 사줄 팬덤이 확실하단 것이다. 현대카드는 NFT 사업을 잘 이해하고 뛰어들었을 확률이 높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봤듯, 결국 가장 많이 돈 버는 곳은 거래소다. 확실한 콘텐트만 있으면 내가 만든 거래소에서 팔고 싶지, 굳이 다른 거래소에 수수료를 줄 이유가 없지 않겠나. 게다가 거래소를 만드는 게 크게 힘들지도 않다.

“NFT 기술에 필요한 건 혁신보다 제도”
대기업, 금융권 기업이 관심을 갖고 대거 뛰어든다는 식으로 보긴 어렵다. 관심은 가져도 사업화 단계를 넘긴 어려울 거다.
기업에서 돈 된다는데 안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사업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부양된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단 거다. 그러면 회사 약속을 믿고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자칫 주주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장사는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소유권을 확인해주니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의의는 있다. 다만 여기서도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혹자가 블록체인에 기록된 소유권을 침해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된다는 법령을 결국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으로선 만약 제가 서버를 해킹해서 디지털 파일을 훔쳐갔다고 해도 NFT가 제 역할을 못 한다.
이면지에 ‘이건 아무개 소유’라고 쓰고 테이프로만 붙여놨어도 나라에서 인정해주고 처벌 근거를 마련해주면 효력을 가진다. 그런데 소유권을 황금에다가 기록했어도 처벌 근거가 없으면 아무런 일도 안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