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청소년·대학생 전용 앱 제작
MZ마케팅 조직 신설해 상품 출시
재미있는 브이로그로 ‘취향 저격’
증권사, MTS 개편해 편의성 높여
보험사, 골프·등산보험 등 차별화
카카오뱅크, 토스 등 편의성 높은 금융앱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를 선점한 가운데 기존 금융사들도 미래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MZ세대 맞춤형 앱 출시는 기본이고, 금융사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콘텐츠를 만들고 회사 내 별도 조직도 꾸리고 있다. 은행·증권·보험과 거래를 막 시작하려는 MZ세대가 특정 금융사의 앱이나 콘텐츠로 긍정적인 인상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고객으로 유입될 수 있어서다.
은행권은 우선 맞춤형 앱을 만들어 MZ세대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대학생 전용 모바일 통합 앱인 ‘헤이영 스마트 캠퍼스’를 출시했다. 이 앱에서는 모바일 학생증, 전자출결, 학사행정, 학교 커뮤니티 이용 등이 모두 가능하다.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다른 대학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가 2020년 10월 출시한 10대 청소년 전용 서비스 ‘미니’가 128만명(지난달 말 기준)을 끌어모으면서 Z세대를 겨냥한 금융앱도 쏟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플랫폼인 ‘아이부자’를 통해 청소년뿐 아니라 아동까지 타깃 고객을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브 넥스트’를 통해 청소년 고객 유치에 나섰다.
상품 출시뿐 아니라 MZ세대 취향을 저격해 접점을 넓히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디지털그룹 내 MZ마케팅팀을 신설했다. 과장급 팀장을 포함해 팀원 모두가 MZ세대인 이 팀은 MZ세대 대상의 플랫폼, 신규 콘텐츠, 상품, 융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의 유튜브 채널을 맡고 있는 ‘Sh크리에이터’는 은행 안팎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 중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직장 내 갈등을 다룬 ‘MZ세대 VS 꼰대’ 시리즈는 조회수가 180만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MZ세대에게 주목받는 상품을 내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티키타카 FLEX-스타일 오픈런’ 이벤트를 통해 디올 스카프, 나이키 골프화, 보테가 베네타 카세트백 등 10종을 경품으로 준다. 하나은행 앱인 하나원큐에 가입하고 로그인하면 이벤트 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편을 통해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MZ세대 유치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 기존 MTS와 비교해 전체 메뉴 수는 줄이고 자주 쓰는 기능은 한 화면에 모으는 등 편의성을 보강한 간편투자 앱 ‘오투’를 출시했다. KB증권도 지난해 8월 필수 콘텐츠를 탑재한 간편 MTS인 ‘마블 미니’를 내놨다.
보험업계도 자기 취향이 뚜렷하고 모바일에 친숙한 MZ세대 특성에 발 맞춰 상황에 맞게 필요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다이렉트 스크린홀인원보험’을 선보였다. 스크린골프 18홀 한 경기의 보험료는 1000원으로, 홀인원을 달성하는 경우 사용한 증정용 기념품 구입비용, 만찬비용, 스크린골프 비용을 최대 20만원까지 보장한다.
에이스손해보험도 지난해 990원의 저렴한 가입비로 등산 도중의 골절 진단비를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하는 ‘Chubb 원데이 레저보험(등산플랜)’ 등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하나손해보험은 등산,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운동을 선택해 당일 보험 적용을 받는 ‘원데이 레저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디지털 보험시대, 보험소비자 경험 분석: MZ세대를 중심으로’ 리포트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M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성장한 가운데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보험사에도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업계에서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Sh수협은행에서는 숏폼(1분 미만 짧은 동영상)을 활용한 고객접점 채널확대를 올해의 전략과제로 수립하고 MZ세대 겨냥에 나섰다. 이를 위해 콘텐츠 제작도 직원 유튜버인 Sh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MZ세대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Sh크리에이터는 은행 내외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는 물론, 자신만의 개성과 특기를 살린 영상을 제작했다. 은행의 보수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네티즌과의 공감대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직장내 갈등을 재미있게 다룬 ‘MZ세대 VS 꼰대’ 시리즈는 게시 1달 만에 조회수가 180만회를 넘어서는 등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영상 댓글의 반응도 뜨겁다. 네티즌들은 ‘현실고증이 제대로’라며 호평의 댓글을 쏟아내고, 댓글 토론을 통해 세대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협은행 유튜브 구독자는 석 달만에 60% 이상 증가했으며, 콘텐츠 누적 조회수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유튜브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홍보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며 “단순히 콘텐츠를 늘리는 차원이 아닌 우리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 콘텐츠로 다양한 웃음과 감동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티키타카 FLEX - 스타일 오픈런’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번 이벤트는 하나은행 대표 모바일 앱인 하나원큐 가입 및 로그인 후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참여 가능하며, 오는 6월23일까지 총 10회 응모 기회가 주어진다.
‘티키타카 FLEX - 스타일 오픈런’은 MZ세대 인기 아이템 10종의 경품을 제공하는 ‘스타일 오픈런’과 총 3000만 하나머니(3만명)를 제공하는 ‘하나머니 오픈런’으로 나눠져 있다. 스타일 오픈런 이벤트에서는 매주 추첨을 통해 총 50명에게 △디올 스카프 △나이키 골프화 △애플 에어팟 맥스 헤드폰△보테가 베네타 카세트백 등을 제공한다.
하나은행 디지털경험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취향 저격 이벤트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MZ세대가 즐겁고 재미있게 금융을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나원큐를 통해 넷마블과 공동개발한 모의투자게임 ‘투자의 마블’ 서비스, 아마추어 게임대회인 ‘하나원큐 집롤대회’ 개최, 적립식 투자인 ‘잔돈투자 챌린지 이벤트’ 등 MZ세대와의 소통강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