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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부터 백신접종까지..'만 나이' 도입하면 바뀌는 일상 빠른년생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尹 '만 나이 통일' 공약 실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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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계산법만 3가지..법마다 기준 달라 사회적 비용 야기

올해 한국 나이 21살 2002년생까지 적용
"사회적 기준 모호해 그때그때 나이 선택"
尹 "만 나이로 기준 통일"…빠른년생 환영

 

 

 

1977년 12월 31일에 태어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나이가 3가지나 된다.

한 해 중 언제 계산하느냐에 따라 '연 나이'는 45세, '만 나이'는 44세, '세는 나이'는 46세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렇듯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단순히 빼는 셈법이다. 자기 생일 기준이 아니라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며 병역법 등에서 적용한다.

'세는 나이'는 이른바 '한국식 나이'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시작해 새해가 되면 모두 동시에 한 살을 더 먹는 것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셈법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0세부터 시작해 각자 생일을 기준으로 1살씩 추가하는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쓰고 있으나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 초중등교육법, 민방위기본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에서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

 

병역법 제2조 제2항은 '이 법에서 병역의무의 이행시기를 연령으로 표시한 경우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1호도 '청소년이란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초중등교육법의 경우 연 나이 사용이 강제는 아니지만 세는 나이를 많이 쓰는 환경을 고려해 기존 6세에 의무적으로 입학하도록 한 것을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득세법에서도 연말정산 혼선과 과다공제 등을 막기 위해 연 나이를 사용한다.

개인마다 다른 생일을 각각 계산해 특정 나이를 확인하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 취학과 징병, 복지 등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명목하에 예외적으로 연 나이를 계속 적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법상 만 나이가 '기본값'인데, 예외적인 경우가 많아 갈등이나 혼란의 씨앗이 된 일이 왕왕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가장 가깝게는 소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때도 초반에 만 나이를 적용하느냐 연 나이를 적용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다가 만 나이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생일이 지난 2010년생은 만 12세라 성인과 같은 용량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데, 생일 전인 2010년생은 어린이용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되는 등 혼선이 있었다.

'해묵은 이슈'인 목욕탕 출입 나이 역시 영향을 받아왔다.

한국목욕업중앙회 측은 목욕탕 이성 출입 가능 연령을 기존 만 5세에서 연 나이 4세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셈법이 복잡해 결국 만 5세에서 1년 낮춘 만 4세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바뀌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나이 해석 때문에 대법원판결까지 간 사례도 있다.

단체협약에 '56세부터 임금피크를 적용된다'고 한 부분을 놓고 '만 55세'인지 '만 56세'인지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지만, 대법원은 결국 '만 55세부터'라고 판결했다.

이렇듯 법마다 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던 사례가 많았던 가운데 만 나이가 확실한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이러한 논쟁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측은 "'만 나이' 사용이 일상생활에서 정착되면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법령이 적용되거나 행정·의료서비스가 제공될 때 혼란이 최소화되고 국제관계에서도 오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각종 계약에서 나이 해석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사라져 법적 분쟁이나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빠른 1993년생' 최모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에 따라 나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빠른년생을 인정하는 경우가 애매하다"며 "사회에서 만난 92년생을 형이라고 부르는 건 불편하다"고 했다. 스스로 93년생이라고 밝히고 참여한 모임에 92년생 동창을 합류시키려다가 족보가 꼬일까봐 포기한 적도 있다.
1992년 1월에 태어난 김모씨도 20년 가량을 1991년생 친구들과 동갑으로 지냈다. 고교때까지만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대학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졸업을 앞뒀을 땐 이력서에 만 나이를 적으라고 해서 적었더니 '취직할 때 되니까 한 살 어리게 적는다'는 핀잔을 주변에서 듣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만 나이로 기준을 통일하겠다고 공약한 이래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나이 셈법인 '빠른년생'이 주목 받고 있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1~2월에 태어난 사람들을 빠른년생으로 분류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빠른년생을 만들어낸 조기입학제는 지난 2009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조기입학이 가능했던 마지막 세대는 2002년 1~2월생으로, 이들은 현재 한국식 나이로 21살이다.
빠른년생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 1월생 혹은 2월생이라는 점을 부연한다.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 한국식 나이로 한살 많다보니, 자신의 정체성 역시 한살 위 세대와 같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다만 사회에 나온 뒤에는 스스로도 자신을 어느 나이로 분류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빠른년생들은 한살 많은 나이로 소개했다가 지적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빠른년생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알려져 핀잔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직장인 이모씨는 "매번 고민하다가 상대가 먼저 친구하자고 하면 그러고 아니면 만다"며 "사회에 나온 뒤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빠른년생"이라고 먼저 소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회사원 김모씨도 "어느 순간부터 나이를 정하는 건 포기했다.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고맙고 못 해주는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상당수 빠른년생이 사회에서의 관계 맺기에 고충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빠른년생 중 38%가 본인의 생일로 인해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빠른년생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39%가 빠른년생과의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자주 또는 종종 겪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4명 가량이 빠른년생으로 인해 인간관계 혼란을 체감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셈인데, 이 같은 혼란의 근본적인 배경은 우리사회가 만 나이가 아니라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이 200건 이상 게재돼 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사회 생활에서도 한국식 나이를 쓰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를 쓰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1999년 1월생 박모씨는 "외국처럼 만 나이로 하면 불편함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나중에는 빠른년생도 아닌 사람들도 편할 것"이라며 "만 나이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게 '만' 이라는 말도 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빠른년생 가족을 둔 직장인 박모씨도 "고민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지켜봐 온 입장에서 매우 좋다. 새로운 법이 정착되고 인식이 법을 따라가면 지금의 논쟁도 언젠가 사그라질 것"이라며 "그 출발점으로서 환영한다.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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