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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發 불확실성 확대에 전략 다시 짜는 대기업들 공장 가동 중단에 위상마저 '흔들'...산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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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發 원자재 급등에
금리·환율 부담 겹쳐 투자 후순위
정유·화학 감산 전략 전환
원자재 확보 중요성 더욱 커져

현대차 러시아 공장 무기한 '셧다운'...4~5000억 피해
삼성·LG 1위 '스마트폰·가전' 시장, 중국이 '호시탐탐'
대금결제 막히고 하역도 못해 수출기업도 '발등에 불'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경영전략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급등하는 원자재 변수에 대비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더욱이 금리와 환율도 오르는 거시 환경에 둘러싸여 있어 신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회사들은 다음달까지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NCC 시설 가동률을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틸렌의 과잉공급 우려가 나온 가운데 유가 급등으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지자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산 전략을 택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748달러에서 지난 24일 949달러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석유 제품의 수요 절벽을 우려하는 정유사들도 설비 가동률을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배럴당 12.1달러에서 이달 셋재 주 7.76달러로 급락했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는 2-3개월 전에 원유 도입을 확정하기 때문에 당장은 가동률 조정이 없겠지만, 이달 들어 원유 수급이 줄고 있어 5월부터는 보수적인 가동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가 수준에 따른 시나리오 플랜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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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선 원자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원자재 확보 전략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기아는 팔라듐, 백금 등 원자재 스왑 계약을 신규 체결했으며 포스코는 리튬 등 핵심 자원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섰다. LG전자는 공급망관리(SCM) 조직을 강화하며 원자재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원자재 급등으로 인해 일부 업종에선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셀 3사는 니켈, 리튬 등 주요 광물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다시 뽑아낼 수 있는 기술 상용화에 서두르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의 관계자는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활용 기술에서 앞서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원자재 확보와 비용 절감에 눈을 돌리면서 신규 투자의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중 50.5%가 아직 올해 투자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을 세운 기업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곳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세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 불안정(37.7%)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대출금리 인상·금융권 심사 강화 등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20.5%), 영업실적 부진 등 경영환경 악화(15.4%)가 뒤를 이었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가 고공행진하고 금리, 환율이 오르고 있다 보니 기업들로선 경영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기업들이 이익뿐만 아니라 매출까지도 당장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한 달 째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 피해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고강도 대(對) 러시아 제재로 대금결제가 지연되고 물류난이 심화되면서 현지 진출해 있는 대기업과 국내 수출기업 모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무기한 가동 중단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 있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150여개 기업들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시장 점유율이 후퇴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은 24일(현지시간) 직원 및 협력사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 제한으로 27일부터 생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무기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결정 이후인 지난 1일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당초 27일까지만 대량 생산을 중단하고 이후 공장을 재가동하려 했으나 전쟁 장기화에 물거품이 됐다. 약 한 달째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반도체 수급난 및 대러시아 제재 이전 계획된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 이달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공장 재가동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공장을 무리하게 가동해 차량을 판매해봤자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일부 은행 국제금융결제망(SWIFT·스위프트) 배제 결정으로 대금 결제도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수급이나 각종 대외적, 정치적 상황이 많아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예상하기 쉽지 않다"며 "다음 달에도 공장 가동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 약 23%로, 현지 3위권 기업이다. 러시아에서 연간 2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현대차·기아의 손실 규모를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 '삼성·LG' 중국에 러시아 시장 뺏길라 '전전긍긍'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가전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LG전자의 가전사업이 사정권에 들어온 것인데, 이들 기업의 공백을 노리고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러시아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로 1위였고 중국의 샤오미는 26%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애플이 15%를 차지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리얼미가 8%로 4위, 샤오미 서브브랜드인 포코가 3%로 뒤를 이었다.

상위권에 포진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만 따지면 37%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러시아 내 경제 제재 영향과 물류 중단 등으로 주춤한 사이 중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 MTS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두배 늘었다고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화웨이는 이달 첫 2주간 판매량이 약 300% 늘었고, 오포와 비보도 각각 약 2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싱통신(ZTE), 리얼미 등도 전년보다 판매량이 80~100% 증가했다.

 

 

LG전자가 주름 잡고 있던 러시아 내 가전 시장도 위험하다. 그간 중국 가전업체들은 지난 2008년부터 러시아 시장에 속속 진출했고 유럽 시장까지 겨냥해 러시아 현지에 공장을 건설해왔다. 먼저 중국의 하이얼은 지난 2008년 러시아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공장을 짓고 현재는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미데아는 러시아에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체 매출 중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지만,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되면 러시아 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들어 해상 물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향 선적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대금결제 막히고 뱃길 막혀...수출기업 '비상'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대책반에 접수된 애로사항은 모두 558건이다. 이 중 절반이 대금결제(300건, 53.7%)에 관한 사항이었다.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금융결제망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국제금융 거래가 사실상 차단됐기 때문이다.

한 러시아 수출기업은 "러시아 바이어와 50만 달러 가량의 기계 납품 계약을 체결해 선수금 30%를 수령하고 4월초 납기 일정으로 약 50%를 생산했다"며 "하지만 환율 폭락 및 해외 송금 제재로 인해 주문이 취소되고 송금된 선수금 금액에 상응하는 수량만 공급토록 바이어로부터 요청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류난(188건, 33.7%)으로 인한 애로 사항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로 산업용 PET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 업체는 운송 중인 5개 컨테이너 물량이 전쟁 발발로 터키에 강제 하역됐다. 선사는 반송(Ship Back) 포함 왕복비용을 화주에게 청구 중이며 지체료, 체선료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업체는 "수출대금 미수금, 물류비용 부담 등으로 자금 융통의 어려움이 크다"며 "우크라이나 인근 제3국에 제품판매를 시도 중이나 마케팅 비용 발생 및 바이어 발굴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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