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거리 산정 기준 '이동거리'로 변경
기존보다 거리 길어져 배달료 상승 예상
소비자 부담하는 배달비 인상 가능성 높아져
‘배달비 1만원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배달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개편에 착수하면서다. 배달의민족이 업계 1위인 만큼 다른 배달 플랫폼들의 연쇄적인 개편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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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비 인상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동거리가 직선거리에 비해 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수록, 도착지까지 가는 길이 복잡할수록 이동거리는 길어진다. 이 경우 배달의민족이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료가 오를 수 있다.
배달료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동안 배달료가 오르면서 플랫폼의 부담이 커질 때마다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수수료나 소비자의 배달비로 전가돼 왔다. 장기적으로 배달비도 오를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배달비 자체가 높아질 요인도 있다. 배달의민족의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 수수료 체계 개편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오는 22일부터 △중개 이용료 6.8%, 배달비 6000원(기본형) △중개 이용료 15%, 주문 금액별 배달비 900~2900원(배달비 절약형) △중개 이용료·배달비 통합 27%(통합형) 3개로 구성된 요금 체계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프로모션 형태로 모든 배민1 주문건에 중개 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을 적용해왔다. 식당 점주가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형을 기준으로 소비자가 부담할 배달비가 최대 5000원에서 6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배달비는 점주 선택에 따라 소비자와 식당측이 분담할 수도, 어느 한 쪽이 전부를 부담할 수도 있다. 즉 중개 이용료가 1000원으로 고정됐던 것이 정률제 형태로 바뀌면서 추가된 부담이 배달비나 음식 가격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택시로 배달을 받거나 이웃끼리 배달을 같이 시키는 ‘배달 공구’, ‘배달 끊기 챌린지’ 등의 궁여지책들이 나오고 있다. 김태형(27)씨는 “배달비가 적정선을 모르고 계속 오르는 것 같다. 이참에 배달앱을 지우고 포장 주문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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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민족도 단건 배달 수수료 인상에 나서며 자영업자와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미크론 여파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을 때 일제히 요금을 인상, 독과점의 횡포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쿠팡이츠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2월 초 배달 수수료를 인상했다. 주문 건당 주문 중개 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점주와 소비자 분담)으로 고정됐던 기존 요금제에서, 주문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점주가 선택할 수 있도록 4가지 요금제로 바꾸면서다.
문제는 어떤 요금제를 선택해도 기존 요금제보다 1000원 안팎의 점주 부담이 높아진다는 것. 실제 한 점주는 1월에 배달앱에 내는 수수료와 배달비가 건당 평균 5374원이었다. 요금제가 바뀐 2월에는 6487원으로 1000원 이상 올랐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을 높이면 상단 노출이 안 돼 주문이 감소하니 그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쿠팡이츠는 주문금액에 따라 맞춤형 요금제를 선택하면 점주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문금액 2만원 이하에서는 4가지 요금제 모두 별다른 비용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이 가장 많은 20~30대의 평균 주문금액은 건당 2만원대 초반이다. 즉,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배달앱 이용 행태를 감안하면, 어떤 요금제를 선택해도 배달비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 문제는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도 오는 3월 21일부터 배민1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것. 게다가 요금제가 쿠팡이츠와 ‘판박이’라고 할 만큼 대동소이하다. 기본형 요금제만 중개 이용료가 6.8%로 쿠팡이츠(7.5%)보다 0.7%포인트 낮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1만원 주문 시 70원 차이에 불과해 의미 있는 차이로 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달앱 주문 건수는 성수기 기준 월 3억건 안팎에 달한다. 이 중 단건 배달 비중은 약 30%로 추산된다. 건당 1000원씩 배달비가 인상되면 배달앱 수익이 월 1000억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배달 수요가 지속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연간 1조원 이상 수익이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배달 영업에 대한 자영업자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6년째 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해온 한 점주는 “인건비, 임대료에 배달비까지 오르니 자영업으로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나도 곧 배달 전문 식당을 접을 생각이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