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빠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는 무기력했다. 승리를 노리고 원정길에 나섰지만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은 SBV 비테세(네덜란드)에게 덜미를 잡혔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아른험 헬레돔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주최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조별리그 G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비테세에 0-1로 패했다.
앞선 2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해 조 선두를 달리던 토트넘은 승점 4에 머물러 이날 무라(슬로베니아)를 2-1로 잡은 렌(프랑스·승점 7), 토트넘을 꺾은 피테서(승점 6)에 이어 조 3위로 밀려났다.
토트넘은 리그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손흥민과 케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등 주축 선수들을 이날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17세 공격수 데인 스칼렛, 브리안 힐 등 젊은 선수들로 피테세를 상대했다.
로테이션 가동에도 토트넘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빗나갔다. 토트넘은 슈팅이 7개로 상대(15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를 치렀다. 유효슈팅은 하나에 그쳤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2분 힐이 왼발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토트넘은 이후에도 비테세를 압박했지만 골망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비테세가 승부 균형을 무너뜨렸다. 후반 33분 엘리 다사가 보낸 크로스를 막시밀리안 비테크가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비테세는 이 득점을 끝까지 지켜 토트넘을 잠재웠다.
토트넘은 패배 속에서 유일한 희망을 봤다.
토트넘은 오는 24일에 있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손흥민, 해리 케인, 탕귀 은돔벨레 등 뉴캐슬전 선발 명단에 포함됐던 선수들은 네덜란드 원정에 동행하지도 않았다.
핵심 선수들이 모두 빠졌기 때문에 우려는 있었다. 특히 손흥민과 케인이 빠지게 될 경우에 토트넘은 공격진에서 팀을 이끌어줄 선수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누누 산투 감독은 벤치 자원들에게 믿음을 드러냈지만 팬들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온 데인 스칼렛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내내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델레 알리는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스티븐 베르바인은 경기 감각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그나마 제몫을 해준 건 브리안 힐이었다. 힐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에릭 라멜라와 현금으로 영입한 선수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에서 대단한 재능으로 평가받고 있었고, 지난 시즌 에이바르에서도 상당한 활약을 펼쳤다.
이번 경기에서 힐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이 비테세를 위협했던 유일한 장면도 힐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시작과 함께 지오바니 로 셀소가 내준 공을 강하게 슈팅으로 날렸지만 골대를 강타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후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힐에게 팀에서 가장 높은 평점 7점을 부여하면서 “토트넘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였다. 후반 초반에 나온 멋진 감아차기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힐이 앞으로 선발 명단에 나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흥미로울 것”이라고 칭찬했다.
물론 힐도 개선점은 있었다. 무언가 보여주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전반 초반 페널티박스 안에서 무리한 수비로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리그에서도 종종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