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후 5시 발사
비행 15분 뒤 위성모사체 분리 확인됐지만
목표 궤도 700㎞에 초속 7.5m 투입은 실패
누리호 관련주 21일 상승 마감
과거 나로호 때도 성공에 따라 주가 등락
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967초 초속 7.5㎞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20분부터 1시간10분에 걸쳐 발사대로 이송돼 세워졌다. 21일 밸브 점검 등으로 발사계획이 1시간 미뤄졌으나 이상없음을 확인했고 오후엔 추진제(케로신)와 액체산소(산화제)가 충전됐다. 발사 10분 전 누리호는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가 모든 진행이 자율주행차처럼 자동으로 이뤄진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 뒤 고도 59㎞ 지점에서 1단을 떼어낸다. 233초에는 191㎞ 상공에서 페어링을, 274초에는 고도 258㎞에서 2단을 분리한다. 약 16분(967초) 뒤에는 700㎞ 상공에 이르러 위성모사체를 초속 7.5㎞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이 발사돼 우주 궤도에 투입되면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위성 교신국이나 자국 지상국에서 신호를 교신해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누리호는 이번에 위성모사체를 싣고 떠나 궤도를 돌면서 신호를 교신하지는 않는다. 누리호 자체에 설치된 통신 장치 등을 이용해 위성모사체가 700㎞ 궤도에 제대로 투입되고, 투입될 때 위성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돌 수 있는 초속 7.5㎞의 속도를 유지하는지만 확인한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누리호의 목표는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투입하는 것이다. 정상 비행 여부는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로 수집한 자료를 30분 정도 분석한 뒤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75톤급 엔진연소 시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만8290초·1만6925초
누리호는 1단 300톤, 2단 75톤, 3단 7톤 엔진으로 구성됐다. 1단은 75톤 엔진 4개를 묶어쓰는 클러스터링 방식을 적용했다. 엔진 4기가 정확하게 정렬되고 추진력이 균일해야 해 정교한 설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1번에서 4번 엔진이 0.2초 간격으로 점화되고 추력이 90톤 이상이 될 때까지 잡고 있다 점화 4초 뒤 이륙을 시작했다.75톤급 엔진은 개발 초기 기능과 성능 위주로 설계해 목표보다 25%가 무거웠다. 하지만 엔진 연소시험을 반복하면서 설계를 개선해 무게를 줄였다. 누리호 발사 전까지 33기의 엔진을 만들어 지상과 고공모사환경에서 모두 184회에 걸쳐 누적 1만8290초의 연소시험을 했다.3단에 쓰인 7톤급 액체엔진도 모두 12기를 제작해 93회에 걸쳐 모두 1만6925.7초 동안 시험을 했다.누리호 1단 엔진에는 초당 1016㎏의 산화제와 연료가 사용됐다. 특히 연료인 케로신은 초당 314㎏이 쓰였는데, 200리터짜리 드럼통 2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1단 작동시간이 130여초여서 케로신 연료는 드럼통으로 260개가 소모된 셈이다.75톤 엔진의 연소압력은 대기압의 60배이고, 연소가스의 온도는 3500도이지만 산화제는 영하 183도의 극저온 상태여야 한다. 초고압, 극저온, 초고온 상태가 공존하는 극한 환경이다.
12층 48m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는 발사대가 2개 있다. 제1발사대는 2013년 1월 비행에 성공한 나로호가 발사된 곳이다. 당시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 누리호는 새로 구축한 제2발사대에서 발사했다. 1발사대와 달리 100% 국내기술로 만들었다. 더욱이 민간기업인 현대중공업이 2016년부터 4년6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2발사대는 건축 연면적이 2배 늘었다는 점 말고도 냉각수 유량 2배, 추진제 공급 능력 3배, 발사체 기립에 사용되는 이렉토 등판 능력 1.5배 등 여러 면에서 체급이 커졌다.무엇보다도 1발사대는 1단 운용만 고려해 별도의 타워가 없지만 2발사대는 누리호가 3단형인 것을 고려해 12층으로 구성된 높이 48m의 엄빌리칼 타워가 구축됐다. 엄빌리칼타워는 영문 뜻대로 탯줄처럼 추진제와 가스류 등을 지상에서 발사체에 공급하기 위한 구조물을 가리킨다.
39종 177기·40종 235기
누리호에는 부품 수만 37만여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추진제 탱크다. 전체 부피의 80%를 차지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으로 단일벽으로 제작했다. 두께가 2.5∼3㎜에 불과하다. 최대 높이가 10m, 지름이 3.5m이며 탱크 내부는 대기압의 4∼6배 정도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됐다.추진제와 초고온 가스가 흐르는 배관은 초저온용으로 개발된 특수철로 만들어져 영하 200도를 견딜 수 있게 했다. 배관을 알코올로 세척할 때 단 0.1㎜ 크기의 이물질도 남아 있으면 안된다. 곡선가공이나 용접을 할 때 백지장처럼 얇은 배관벽은 고도의 가공기술이 필요하다. 배관 등을 연결하는 밸브는 기체공급계에만 39종 177기가 들어가 있다. 엔진공급계 밸브도 40종 235기가 적용됐다.이 모든 연결 부위 어느 곳도 새는 곳이 없어야 한다. 누리호 1∼3단에 점검해야 하는 기밀 포인트가 2000곳에 이른다.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주들의 주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발사 전 마감된 이날 증시에서도 이미 관련주들은 성공 발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1~2% 정도 상승했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최초의 한국형 로켓(발사체)으로 오후 5시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후 모든 단계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누리호 개발사업은 2010년 3월부터 12년 이상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다. 내년 5월에는 2차 발사가 진행된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무게 1톤(t) 이상의 실용위성을 자체 발사하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과거에도 나로호(KSLV-I) 등 발사체가 발사될 때마다 항공우주 관련 기업 주가는 크게 움직였기 때문에 이날 오후 6시까지 계속되는 시간 외 거래에서 관련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우주 산업 기업들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조언한다.
이날 누리호 관련주들은 주가를 보면 누리호의 엔진 총 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전체 발사체 조립책임을 맡은 한국항공우주(KAI)는 각각 4만9300원, 3만3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보다 2.49%, 1.22% 오른 수치다.
위성항법시스템 장비 업체 LIG넥스원도 전날보다 0.64%(300원) 오른 4만7500원 올랐다. 위성통신 단말기 제조 업체 AP위성도 전날보다 3.02%(450원) 오른 1만5350원까지 상승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나로호(KSLV-I)도 발사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다. 2009년 8월 25일 나로호가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며 1차 발사에 실패하자, 26일 관련주인 비츠로테크, 한양디지텍, 한양이엔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2010년 6월 10일에 진행된 2차 시도가 실패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다음날 관련주들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나로호는 2013년 1월 30일, 세 번째 시도 끝에 목표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자 관련주들은 상한가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항공우주 분야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우주개발 테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해 계열사 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이 사용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동력부 개발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AI는 2025년까지 국내 위성개발사업을 주도하고 한국형 발사체의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KAI의 기체부품 부문 사업의 실적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으며, 해외 완제기(제작 공정을 마친 비행기) 수주도 늘고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