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떨, 내팔올은 진짜 진리의 국룰(국민 룰)이네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올라간다(내사떨, 내팔올)’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아 다닌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결국 실패로 투자 기억을 끝낸 개인 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그런데 올해 연말 증시에서도 ‘내사떨, 내팔올’ 원칙이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내사떨.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 모은 종목은 LG화학(약 5000억원)이었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뚫고 3012선에서 마감한 24일에도 LG화학은 오히려 전날보다 2% 하락해 62만1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에는 62만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찍어 말 그대로 주주들 입장에선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다.
LG화학은 다음 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소식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18% 가량 주가가 떨어졌다. LG화학은 연초 주가가 105만원일 정도로 기세등등했지만, 주가 상승을 견인해 온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 분할되면서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런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사자’다.
대형 증권사 PB인 A씨는 “물적분할 등과 같은 악재 요소는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으니 살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생각보다 뇌리에 남은 가격이 꽤 오래 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팔올은 어떨까.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무려 2조6000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기관도 같은 기간 3300억원 팔았는데, 개인과 외국인 매도 물량은 전부 외국인이 쓸어 담았다.
외국인은 최근 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잡주가 난무하던 한국 증시에 ‘왕(王)의 귀환’을 알리고 있다. 24일 장중에는 8만800원까지 올라 8만고지를 기세 좋게 뚫었다. 개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2조6000억원 어치를 팔아서일까. 삼성전자의 한 달 주가 상승률은 8%에 달한다.
내사떨, 내팔올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은 피할 수 없을까.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두부멘탈 개인들은 조급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운 것은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멘탈이 강해지고, 강한 멘탈을 갖추면 행운이 나의 것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돈 벌 찬스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한 개미들이 대부분인데 알짜기업을 떼어서 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더구나 상장하게 되면 개미들이 더 큰 피해를 받게 됩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물적분할을 법으로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올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10여건 이상 올라왔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떼어 내 자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신설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주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CJ ENM의 경우 지난달 19일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주요 콘텐트 제작사업을 물적분할하겠다고 공시하자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 SK케미칼도 2018년 백신사업부를 물적분할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올해 3월 상장시킨 후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월 46만원대였던 주가는 24일 현재 1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물적분할 가능성만으로도 주가가 떨어지기도 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9월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시 당시 4만2550원이었던 주가는 3개월여 사이 15% 넘게 빠졌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회사의 지분가치 훼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보유한 한 개인투자자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만 따로 떼어 상장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라며 “기업만 이익을 얻고 왜 손실은 개인이 떠안아야 하냐”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지난 10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철강사업 부문을 분할한다고 공시하면서도 상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 역시 신사업 육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결국 장기적으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신설회사 정관에 ‘제3자 배정’, ‘일반 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회사의 성장 가치가 온전히 포스코홀딩스의 주주가치로 연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